Kor 85-2145 BB "Blue Fantasia"
BF & Dordin hen
Kor 81-3236 BW "Duke"
Duke is the sire of BF.
1. 개인 경험에서 본 경주비둘기의 귀소능력 1980년대 중반에, 서울 여의도 한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비둘기장을 짓고 약 20마리의 경주비둘기를 키운 경험이 있다. 훈련 방법은 단순하지만 체계적이었다. 약 25km 떨어진 안산에 거주하는 친구와 협력해, 비둘기들을 저녁에 차로 가져다 주고 친구가 다음 날 아침 한 마리씩 날리는 방식이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BF"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 비둘기는 매번 약 15분 만에 여의도 집으로 귀환하였다. 다른 비둘기들은 대체로 25분에서 45분 사이로 도착했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점점 더 향상되긴 했지만 BF만큼의 정확성과 속도는 따라가지 못했다. 이후 단체 방구 시에도 전체 무리가 약 15분 만에 돌아오는 현상이 있었고, 이에 따라 BF가 무리의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귀환을 이끌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때 주목할 점은, 함께 훈련받은 비둘기들의 연령대가 대체로 비슷했으며, 모두 어린 새였다는 점이다. 최신 연구에서는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비둘기가 경로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고되는데, 이러한 조건과 달리 이 실험에서는 경험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특정 개체(BF)가 리더로 작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2. 최신 연구로 본 귀소 능력과 무리 항법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최근의 과학적 연구들과도 흥미로운 접점을 가진다. 다음은 관련된 주요 논문들과 그 내용이다: [1] Familiar route loyalty implies visual pilotage in the homing pigeon (PNAS, 2004)GPS 추적기를 이용해 비둘기들의 반복된 경로 비행을 분석한 결과, 비둘기들은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익숙한 경로를 충실히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각적 지형지물을 중심으로 경로를 학습하고 활용하는 '시각 항법'의 존재를 시사한다. [2] Route-dependent switch between hierarchical and egalitarian strategies in pigeon flocks (Scientific Reports, 2014)이 연구는 비둘기 무리가 비행할 때, 경로에 따라 고정된 리더가 이끄는 방식(계층형)과 무리 전체가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평등형)을 유동적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적 경험에서 BF가 리더 역할을 했던 현상과도 접점을 가진다. [3] Magnetic fields and orientation in homing pigeons: experiments of the late W. T. Keeton (PNAS, 1988)흐린 날씨 조건에서 자석을 부착한 비둘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귀환 시간이나 방향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특정 조건에서는 자기장이 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는 자기장이 주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4] Interaction rules underlying group decisions in homing pigeons (Royal Society, 2013)이 연구는 무리로 귀소할 때 비둘기들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것이다. 고정된 리더가 무리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실시간 협의와 소통을 통해 방향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하거나 정확도가 높은 개체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3. 경험과 과학의 만남: 결론적 고찰 여의도에서 직접 관찰한 BF의 꾸준한 귀환 능력과 단체 방사 시 무리 전체의 빠른 귀환은, BF가 리더로서 작용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개인적 관찰은 과학적 연구들, 특히 리더-팔로워 모델과 상호작용 기반 모델 모두와 통하는 면이 있다.
연구들은 무조건적인 리더 체계보다는 ‘유동적 리더십’과 ‘능력 기반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 훈련 상황에서도 능력 있는 개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BF는 경험적으로 ‘리더’였고, 과학적으로는 ‘결정적 영향자’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경험적 지식과 과학적 탐구가 서로 보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